전체 글134 1년 전, 나는 볼리비아를 떠나는 비행기를 탔다. 1년 전, 나는 볼리비아를 떠나는 비행기를 탔다. 어쩌다보니 인스타 피드에 한국을 떠나온지 ?년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볼리비아를 떠나온지 1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 # 벌써1년이라는 시간을 표현하는데 흔히 붙은 부사 “벌써”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이 부사는 15세기 중세 국어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하니 꽤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어라 할 수 있겠다.) 언어로 표현되기 전에도 인류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 살았으리라 상상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시간과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시간의 차이. 그 차이는 어쩌면 내가 살아있음을 감지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재깍재깍 동기화 되는 것은 다름아닌 기계일 것이고 내 생각보다, 내 느낌보다 더 크고 더 작은 더 빠르고 더 느린 세상에서 우리.. 2025. 10. 9. [88일 일기-18] 7월 29일 월요일 2개월간의 공소새건축이 끝이 났다. 흙벽돌로 지은 옛 공소를 허물고 같은 자리에 새로 올린 건물. 벽, 지붕, 바닥재, 전기, 외벽 내벽 도색, 유리창. 하나의 건축물에 들어있는 수많은 선택들을 경험했다. 그런 선택들은 이후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공소 건물이 아니라 가정집이라면 그 영향은 더욱 지대할 것이다. 기초공사는 이전 건물의 것을 사용해서 빠른 건축이 이루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는 눈에 보이는 건축물만큼 중요하다. 건물이 높아질 수록 기초도 깊어져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과정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가치 있는 것은 바로 드러나기보다 기다림이, 수고가 필요하다는 인생의 진리는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성 야고보의 문양을 입구 유리장식에 새.. 2024. 7. 30. [88일 일기 - 11] 7월 22일 월요일 한 때 수도없이 듣던 노래가 있다. 꿈이 있는 자유의 '소원'이라는 성가. 내 컬러링 노래, 미니홈피 BGM이기도 했다.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그 때는 몰랐던 이 가사의 무게를 오늘 한번 느낀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34세의 어느 어머니를 위해 장례를 지내고9살의 어린 나이에 알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는 여자아이를 방문하고밤 늦게 연락 온 어느 가정을 방문해 병자성사를 집전한 오늘. "내가 가진 시간은 내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지요.그래서 우리의 쉼도 일도 구분될 수 없습니다. 내 것으로 따로 빼놓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예수님의 삶을 닮아 가는 것만이 우리의 참된 휴식입니다."(이번 주일 강론 중)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 말씀들이 이루어 졌다.어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 2024. 7. 23. [88일 일기-7] 7월 18일 목요일 #1.내가 볼리비아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복사단이었던 아이가 군에 입대했다가 휴가를 나왔다. 적어도 5년 만에 만나는 거라 무척 반가웠다. 마치 내가 여기 온지 얼마되지 않았던 그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 나의 30대를 저장해놓고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먼 훗날 이곳에 돌아왔을 때 만나게 될 나의 30대는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2.어느 어르신이 혼배를 신청하고자 본당을 찾으셨다. 어릴 때 다른 도시에서 세례를 받았고 아무 증서가 없어서 곤란한 상황. 그 도시에 있는 교구청에 가서 세례증서 혹은 세례를 받았으나 증서가 없음을 증명하는 문서를 가져오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 먼 거리를 가야하는 어려움을 확실히 인지하면서. 이제는 안다. 어려운 상황임을 알지만 과정을 .. 2024. 7. 19. [88일 일기-3] 7월 14일 주일 오늘 주일미사 강론에는 봉헌금과 십일조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볼리비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신자들의 헌금이나 도움이 현저히 줄어든게 보였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자기 본당을 위해 마음 쓰는 정신이 약해질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내 손에 자기돈 얼마씩을 쥐어주는 신자분도 계셨고, 베니또 신부는 헌금에 지폐가 는 것 같다고까지 한다. 하루만에 이루어지는 그런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저녁에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이 있었다. 콜롬비아 - 아르헨티나. 공격과 방어가 쉴새없이 오가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참 엔터테이너 스럽다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 경기를 보면서 잠시라도 일상의 짐을 잊었겠지- 시니컬하게 생각했다.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동네 가게 곳곳에 응원하는.. 2024. 7. 16. [88일 일기-2] 7월 13일 토요일 재무위원회 회의를 했다. 팬데믹 이후 늘지를 않는 봉헌금 을 보며 (한 달에 6천 볼리비아노= 900불이 안 되는 금액) 함께 걱정을 했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시작하는 성경강좌에 6명이 신청했다는 걸 방금 확인했다. 걱정이다. 또 마지막 날에 다 신청하겠다고 오겠지… 2024. 7. 14. 이전 1 2 3 4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