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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삼일 전례 #1. 성 목요일 Jueves Santo
    기록 2016. 3. 28. 10:15

    가톨릭 전례는 전 세계가 공통된 것이 특징 중의 하나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독서, 같은 복음, 같은 지향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016년 성주간은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보내게 되었다. 

    본당일보다 에스파뇰 학업에 집중하라는, 그리고 새로운 전례를 경험해보라는 형들의 배려 덕분이다.


    이렇게 지내면서 사제생활 평생 이런 순간이 올까 싶다.

    소중한 이 전례시기의 기록을 이곳에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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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성유 축성 미사


    성목요일 오전은 '성유축성미사'가 이루어진다. 아직 성삼일은 시작하지 않은 것이나 성목요일의 의미 중 하나를 이루는 미사다.

    바로 '사제직'에 대한 주제이다.


    이 미사 중에 사제들의 서약 갱신이 이루어지고 또 성유(예비신자, 병자, 그리고 크리스마)가 축성된다.

    예수님으로부터 완성된 사제직을 다시 기억하고 이 땅의 사제들이 그 본분을 다하며 사제직 자체의 고귀함을 기억하는 날인 것이다.

    그래서 이 날 신자들은 사제들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도 인사를 받았는데, 참 무겁고 진중한 마음이 들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이 말씀이 떠올라서 그런 듯 하다.

    "이 세상에서 사제의 품위처럼 소중하고 영예로운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욕심이나 사사로운 마음을 가지고 사제가 된다면 하느님 앞에서 이처럼 가련하고 불쌍한 일은 없습니다. 또한 현세에서 사제로 살아가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습니다."


    사제들의 기나긴 행렬






    1.2. 주님 만찬 미사


    저녁에는 성당에서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고, 성찬례의 제정을 기념하는 미사가 봉헌된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보내신 마지막 밤을 기억하는 것이다.

    특이사항이 되는 것은 '발씻김 예식'과 '성체의 수난감실로의 이동'이다. 


    이곳 성당에서는 발씻김 예식이 제단 앞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신부님이 신자석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발을 씻어주었다.



    그리고 미사를 마치고 나서는 모든 신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었다. 빵 나눔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한 수련자가 자신이 받은 빵을 성당 앞에서 구걸하는 사람(어떤 성전이든 항상 있다)에게 건네주었다. 빵 뜯어먹으며 맛있다던 나는 머쓱해졌다.

    그래서 내가 받은 빵을 또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이런 의미구나!'하고 깨달으면서...


    미사를 마치고 나서는 성전마다 차려진 수난감실 순례를 한다. 이날 출발한 본당을 포함해 7군데 본당을 순례하였다. 성당마다 사람이 미어터지고, 시내엔 더 많은 사람이 미어 터진다. 순례 감실마다 정해진 지향을 두고 기도한다.


    시내에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성당 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겉으로 보아선 알 수 없다. 예수님 수난의 신비를 묵상하는 시간이지만 '축제'만이 남아 이 시간을 채우고 있다. 껍데기만 남은 이 모습을 두고 하느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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