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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삼일 전례 #3. 성 토요일 Sabado Santo, 부활성야 Vigilia Pascual
    기록 2016. 3. 30. 03:43

    시간과 공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했을 때 그 기다림은 더욱 간절해진다. 경험해본적 있는가?

    식탁에 무언가를 차려놓거나, 그사람을 향한 선물을 포장하거나, 편지를 적어서 봉투에 풀칠하는 그 때.

    마음은 간절하다.


    부활성야는 죽음 끝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지만 예언자들이 예언했던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념한다.

    그러니 '설레임'이 이 전례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전례 전공하신 신부님은 반박하실지도...)


    이번 부활은 코차밤바에서 보냈다.

    라틴 아메리카, 볼리비아, 코차밤바의 어느 성당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다!


    전례란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사람들의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이루어진, 또 하느님이신 분이 우리와 만나고 싶어서 알려주신 '시간과 공간'이다. 그래서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전례를 참여하는가는 우리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느님께는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이 하루 같으시지만, 우리에게는 시간과 공간이 너무나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13시간 빠르게 부활을 맞이하고, 여기서는 13시간 늦게 부활을 기념한다. 그런데 이 시간이라는 것이 길게 늘어서지 않고 하나의 공처럼 뭉쳐져 나에게 다가오는 때가 있었는데 바로 부활성야였다. '느리고 빠르고'를 가늠하기 보다 이 설레임을 공유한다는 것이 더 큰 것이었다.

    2000년 전 그분의 부활하심을 오늘날에 와서 다시 불러오기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통째로 하나의 공처럼 나에게 굴러들어온다. 이 순간 부활을 사는 것이다. 성야미사를 가기 전 한국의 지인들과 부활 인사를 나누면서 느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길게 늘어선 시간을 산다면, 태평양과 콘크리트 벽이 가로막아선 공간을 산다면 이 기쁨과 설레임이 가능할까.

    결국 우리는 (때때로) 그분의 시간을 산다.

    그분은 당신 뜻 안에서 당기시고 늦추시고 한다. 부활의 기쁨을 미리 앞당겨 살게 하시듯, 고통도 앞당기시기도 한다.


    오늘의 나는 시간과 공간이 떨어진 곳에서야 비로소 하나임을 (작게나마) 깨닫는다.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우리가 생각하는 '벽과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계신다.


    이번 부활이 좀 더 특별한 것이었다면-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전례의 특별함보다-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함께 계시는 주님이시다.


    항상, 깨달음은 늦다.


    아래의 영상은 부활 성야미사 때 찍은 것을 모은 것이다.



    모두, Feliz Pasc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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