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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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생각 2018. 11. 8. 00:30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어느 영화의 유명한 대사다. 나도 어느 만큼은 동의했었다. 이 대사가 하고자 하는 말 뜻에.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우리가 베푸는 ‘호의’는 과연 무엇일까. 그 말처럼 ‘좋은 뜻’일까? 순수하게 타인을 위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하느님의 자리에 앉기를 원하는 내 욕심이었을까? 참된 호의는 내가 베풀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런 깜냥이 없다. 내가 베푼 과잉 친절은 빚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계속 아쉬운 소리를 되풀이하게 하는 것이다. ‘괜히 잘 해줬네’ ‘고마운 줄 알아야지’…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고 그 밖의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 거기까지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분 뜻이 세상에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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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사?생각 2018. 8. 30. 11:58
얼마 전 가짜미사에 참석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미사에 가짜가 있나? 가톨릭 교회법에서는 교회로부터 공인된 사제가 집전한 미사를 효력이 있는 미사라고 규정한다. 즉 교회의 이름으로 파문당한 사제가 집전한 미사는 무효인 것이다. 예를 들어, 나주 윤율리아 관련 집회에 참석한 사제가 집전한 미사 등등이다. 이곳 남미에는 80년대부터 브라질에서 생겨난 Iglesia Catolica Apostolica Nacional Boliviana 란 단체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름을 직역하면 '가톨릭이며 사도로 내려오는 국립 천주교회'..? 정도 되겠다. Catholic(보편)이란 개념과 Nacional(국립의)라는 개념이 충돌하고 있다. 아무튼 이곳 단체에 속하는 이들은 환속한 사제, 결혼한 사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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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태양을 닮고 싶다생각 2018. 1. 27. 11:20
돈은 태양을 닮고 싶다.어디에나 누구에게나 닿고무엇으로든 바뀌는 에너지처럼돈은 태양을 닮고 싶다. 사람을 살게 하고 살아갈 이유를 주는태양빛처럼돈은 태양을 닮고 싶다. 지역마다 자기 색채를 달리하고 미술 예술을 파생시키는 태양빛깔처럼돈은 태양을 닮고 싶다. 꿈을 꾸게 하고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보는,매일 뜨는 태양처럼 돈은 태양을 닮고 싶다. 이렇게 닮고 싶은 돈의 마음은 이루질 수 없었다.태생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 갖고자 하는 인간의 의도가 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여럿 비슷한 모습이 있더라도 본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슬프다.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일정부분의 슬픔을 떠안고 살아간다.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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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비포장도로다.생각 2017. 6. 19. 23:30
우리 동네는 비포장도로다.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포장도로가 나올 때 엑셀레이터를 밟는 맛이 좋다. 차가 쭉-하고 뻗어나가는 느낌. 비포장도로에서는 천천히 달릴 수 밖에 없다. 꿀렁꿀렁하는 도로를 천천히 달려야하고, 인도가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가야한다. 빨리 달릴 수 없다. 포장도로에서는 (인도가 잘 되어있지 않더라도) 빨리 달린다. 사람들이 차를 피해 다닌다. 쭉-달리는 느낌이다. 내가 살아갈, 복음이 전해질 장소는 어디일까? 물론 세상 모든 곳이지만, 어디에서부터 일까? 비포장도로 같은 곳부터이지 않을까? 빨리 달릴 수 없고, 그래서 삶이 내 중심이 될 수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굴곡있는 삶의 면면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아야만 하는 곳. 내 속력을 방해하는 작은 요철도 성가신,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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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생각 2017. 5. 20. 03:52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여기 오면 완전히 새로운 ‘무한도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인터넷 문화와 멀어질 거라는 예상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성 계획들-모금을 하고, 사진을 찍고, 전시를 하고, 건축을 하고..-은 1년을 여기에서 살아오면서 생각해 보건데,헛되다. 물론 그런 작업들(의 결과) 덕에,마련된 공간에서 미사를 드리고 모임을 하지만,하지만…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첫 마음은 그랬다. TV속에 비친 이 곳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날라다 주어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해가며, 내가 무슨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왔다. 잘 차려지고, 마련된 한국 환경을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뭔가 부족한 곳에서 살고 싶었다. 헌데, 여전히 나는 이곳에서 멋진 기계와 첨단 기술을 활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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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rrival(2016)생각 2017. 2. 8. 06:58
Arrival을 보았다. 한국 개봉작 Contact.외계인 이야기라 보다는 소통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여기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더욱 감정이입하게 된 영화이기에. 몇가지 마음에 드는 장면을 뽑아보면 이렇다.#1. 헬기에서 처음 만난 루이스 박사와 이안 박사.이안이 외계인에게 건넬 질문을 몇가지 뽑아 봤어요, 하자 루이스는 먼저 우리들 부터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한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랄까,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과 조화와 대화를 중시하는 두 가지 모습이 보였다. #2. 루이스 박사가 보호장구를 벗는 장면누구에게나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의 두려움이 있다. 그 첫 순간을 잊어버렸건 지금도 시달리고 있건 말이다. 첫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과 같다.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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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성탄생각 2016. 12. 27. 02:04
성탄인사 드립니다! 이곳에 와서 느끼고 부딪히는 저의 부족함 속에서 예수님을 또렷이 발견합니다.왜냐하면 저에게 사람들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 안에서 예수님을 보기 때문입니다.올라갈 곳까지 올라간 권력자들이 무색하게, 그분은 내려갈 곳까지 내려가십니다.여기에서 아기들을 포대기(aguayo)에 업고 다니는 어머니들을 많이 봅니다.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 아기. 예수님이 이렇게 약한 모습으로 오시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분께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그러니, 모두 성탄을 기뻐합시다. 성탄 축하해요- Feliz Navid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