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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토록 바라던 재앙
    생각 2020. 4. 12. 01:00

     

    주일학교 아이들이 우리들(태권이형, 건호 그리고 나)에게 사제의 날 축하 영상편지를 보내왔다. 자가격리 상황 속에서 서로 마음을 모아 보내준 메시지들이 참 소중하고, 모두 예수님을 찾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어색한(?) 성주간을 보내면서 우리 믿음의 현실, 그 발 붙일 곳을 생각 또 생각하게 된다.

     

    당연하게 거행되어져온 전례들, 그 수많은 상징들을 단순히 못하게 되어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또는 지금은 못하니까 할 수 있었던 과거를 감사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믿음이 뿌리를 내리는 곳은 과연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점을 새롭게 깨닫는다.
    홀로 구원되는 사람은 결코 없듯이, 우리 사이의 만남이 없다면 우리 믿음은 생명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토록 개인화 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온갖 물건들을 쏟아내던 현대 문화에 이 상황은 그 무엇보다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그 가르침은 바로 체험이다-바로 직접 겪어보는 것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 손잡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이 상황은 어쩌면 어느 때 우리 사회가 바라던 상황이 아니었던가?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것들(컴퓨터, 핸드폰, 이어폰, 개별포장, 낱개포장...)이 찬양받는 이 세상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재앙인 이유는 정작 우리가 원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와 함께하기 때문에 불편해지고 효율이 안 오르고 죄 지을 기회(?)가 더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 함께 함이 사라지면 우리 믿음은 생명을 잃고 만다. 그래서 이미 우리 믿음은 죽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로 부대낌을 꺼려하던 그 때부터.

     

    이 팬데믹 시기가 끝나면 사회는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이 시기 한사람이라도 더 '함께 있음의 생명력'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여기서 함께 있음은 내 마음에 드는 사람 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방해한다 여기고 개인 공간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에도, 자신을 죽게 하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이것이 어쩌면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

     

    2020년 4월 9일, 성금요일로 건너가는 밤. 나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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