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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생각하는 시간생각 2023. 11. 8. 12:22
매달 한번 병자방문을 한다.
유독 오늘 방문 때, 사람들이 너도 나도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글썽인다.
문득 그들의 일상을 상상해보았다. 루틴이라 할 것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또 보내는, 처방전에 따라 약 먹는 시간이 규칙의 전부였을, 무상한 그들의 하루를 상상해보았다.
그 늘어진 시간 속에서 지난 일을 생각하고 예전 일에 자책하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그들을 생각해 보았다.
보통의 일상에는 해야할 일이 있고 하고픈 일이 있어 그 빈자리를 휴식이라 부른다. 그런데 해야할 일, 하고픈 일이 다 사라지면 휴식도 사라진다. 그 시간 덩어리를 견디어 내는 것은 여느 일보다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일에 정신을 파는데 익숙한 우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쇼트’에 정신을 파는 시대가 되었겠나.
모든 일이 사라지고 하느님 앞에 선 나를 생각해본다. 아담과 이브처럼 뭐라도 찾아 두르고 싶지 않을까. 하느님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은 모든 것이 걷히고 내가 하느님 앞에 온전히 섰을 때를 앞당긴다. 영원을 사는 것이다. 그런 시간들이 부족했음을,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는 병자들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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